부부(지식&상식)  
이름: 온누리
2003/1/1(수)
조회: 4010
부부나 연인간의 문제 해결법  
우리는 흔히 부부나 연인이나 가족 같은 가까운 사이에서는 실망이나 갈등, 좌절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 <없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다. 그 배후에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이에 갈등을 바라지 않는 우리의 간절한 욕구가 숨어있다. 그것이 얼마나 속절없는 희망인지를 매일 깨달으면서도 우리는 그 굳건한 신념을 버리지 못한다. 덕분에 막상 문제가 불거져 나오면 허둥대고 죄책감을 느끼고 그것을 또 상대방에게 투사하며 미워하고 적개심을 품곤 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우리는 서로 더 많은 것을 바라고 의존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그것을 채워주리라 기대한다. 그런데 만에 하나 이 기대가 채워지지 않으면 곧바로 부정적이고 극단적인 결론으로 건너뛰며 상대방을 비난한다.

예를들어 평소 말이 많던 남편이 그날따라 시무룩하고 말이 없다. 그러면 아내는 금방 ‘아니, 이 남자가 어느새 나한테 싫증을 느끼나?’하고 생각한다. 그 생각에 기분이 나빠진 아내는 한참 후 남편이 말을 건네자 퉁명스럽게 대구한다. 아내의 퉁명스러움에 놀란 남편은 ‘이 여자는 내가 오늘 하루종일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전혀 관심이 없군. 내가 조금 시무룩해 있다고 저렇게 뽀로통한 걸 보니.’라고 생각한다

이 두 사람이 서로를 비난하며 싸움을 시작하는 데는 아마 1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서로 상대방의 마음을 안다고 생각하는 데서 이 두 사람의 문제는 시작된다. 그러나 그 안다는 것은 우리가 보기에 그렇다는 것이지 그의 진짜 마음 상태는 아니다. 그런데도 그것을 사실로 믿는 데서 오류가 생겨난다.

우리는 결코 다른 사람의 마음 상태를 정확히 그리고 진짜로 알 수는 없다. 우리가 주로 의존하는 것은 모호한 신호 내지 암호일 뿐이다. 여기에 우리의 거부불안이 가세한다. 그러면 당연히 내가 의존하고 바라는 대로 상대방의 마음을 멋대로 읽는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상대방의 마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실제로는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과 기대치의 변형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자기 생각이 맞는지 점검할 시간이 있다면 그런 잘못된 해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개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대방을 다 안다고 생각해 아예 오류의 가능성을 배제하므로 오해의 소지가 더 커지곤 한다. 더구나 친밀감이 높을수록 거부에 대한 불안도 커서 조그만 신호에도 그것을 너무나 쉽게 자신에 대한 거부로 받아들이고 바로 부정적인 결론으로 건너뛰곤 하는 것이다.

부부나 연인으로 하여금 자주 그런 문제에 부딪치게 하는 주제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상대방이 나에게 얼마나 관심과 배려를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거부하고 사려 깊지 못한지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상대방이 나를 존중하느냐 아니면 경멸하느냐 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새 차를 살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부부가 대화를 나눈다고 하자.

남편이 먼저 “차를 새걸로 바꿀거야.”하고 말한다. 그러면 아내는 단박 결정하기 전에 자기와 의논하지 않은 것에 화가 난다. 남편은 자기를 조금도 배려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당연히 “지난번에 차 바꾼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새차 타령이냐?”고 윽박지르게 된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가 자기 의견을 싹 무시한 채 화부터 내는 것이 못마땅하다. 그는 아내한테 존중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필요해서야.”라고 말하는 그의 태도는 벌써 냉담하다. 아내 역시 자기 의견을 남편이 무시한다고 생각해 “왜 당신한테 새차가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되받아친다. 결국 남편은 “당신은 늘 내 판단을 믿지 않는다.”며 화를 내고 두 사람은 곧바로 전투태세로 돌입하기에 이른다.

때때로 그런 잘못된 해석은 자기 자신의 문제로 인해 더 굳어진다. 예를 들어 자존심이 낮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예민하지만 그것을 주로 자기에게 불리한 쪽으로 해석한다. 스스로 가지고 있는 자기 이미지가 안좋기 때문에 그런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우울한 사람은 쉽게 자기를 비난하는 쪽으로 해석하고 불안한 사람은 자기의 불안 때문에 위험한 상상을 더욱 늘려간다. 그러면서 자기는 배려받지도 못하고 존중받지도 못한다고 생각해 상대방을 원망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해 명확한 인식에 도달해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자의적인 판단에 근거해 상대방의 마음을 내 방식대로 해석하는 잘못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그런 다음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상대방에게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이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성실하게 귀 기울일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때로 상대방을 위한다고 한 행동이 오히려 부담을 주기도 하는데 그것 역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내 방식대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그것을 거절하면 바로 부정적인 결론으로 치닫는데서 문제가 생겨나는 것이다.

인간관계를 잘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견지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이다. 부부나 연인 사이도 마찬가지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를 때 매사에 더욱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출처] 내가 누구인지 말하는 것이 왜 두려운가 / 양창순 - pp.296~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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